욕실 실리콘에 거뭇거뭇 피어난 검은 점들, 지긋지긋하시죠? 락스 묻힌 휴지로 덮어두면 잠시 하얘지는 것 같다가도 며칠 뒤면 어김없이 다시 나타나는 그 곰팡이 말입니다. 15년 차 인테리어 전문가로서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그 방법, 완전히 틀렸습니다.
얼마 전, 다급한 목소리로 "딱 한 군데만 봐달라"며 연락 온 신혼부부가 있었습니다. 갓 입주한 새 아파트 샤워부스에 작은 점이 생겼고, 락스를 썼지만 한 달 만에 곰팡이가 더 심해졌다는 이야기였죠. 현장에서 제가 기존 실리콘을 칼로 뜯어내는 순간, 부부는 경악했습니다. 실리콘 안쪽은 이미 시커먼 곰팡이 포자로 완전히 잠식된 상태였습니다. 겉으로 보인 건 빙산의 일각, 이건 단순 청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실리콘 내부에 뿌리내린 '곰팡이 암세포'였죠.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테스트하고 검증한, 단돈 3만 원으로 지긋지긋한 곰팡이의 뿌리를 뽑아내는 셀프 시공법의 모든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겠습니다.
1. 당신의 락스가 곰팡이를 키우는 이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락스는 곰팡이를 죽이지 못합니다. 정확히는, 실리콘 속에 뿌리내린 곰팡이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락스는 그저 표면을 하얗게 '탈색'시켜 우리 눈을 잠시 속일 뿐입니다.

실리콘은 스펀지처럼 미세한 구멍이 많은 '다공성' 재질입니다. 곰팡이 포자는 이 구멍 속으로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고 번식합니다. 락스 성분은 이 깊은 곳까지 침투하지 못하죠. 결국 겉은 하얘져도 속에서는 곰팡이가 계속 자라나고 있었던 겁니다.
“표백제(락스)는 표면의 곰팡이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실리콘의 다공성 구조 깊숙이 자리 잡은 포자는 그대로 남아 재발을 유발한다.”
— Hunker, How to Remove Mold From Silicone
제가 뜯어낸 신혼부부의 집 실리콘 단면처럼 말입니다. 겉은 평범했지만 속은 시커먼 포자로 가득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곰팡이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도려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2. 셀프 시공 준비물: 3만원으로 완벽 세팅
'곰팡이 박멸 프로젝트'를 위한 장비들입니다.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요즘은 철물점이나 대형 마트,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아래 목록이면 충분합니다.

3. 1~2단계: 곰팡이 제거 및 포자 박멸
자, 이제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과정이니 집중해주십시오.

1단계: 기존 실리콘 제거 (도려내기)
먼저 커터칼로 기존 실리콘의 양옆을 조심스럽게 잘라 길을 내줍니다. 그 다음, 실리콘 제거기를 틈새에 밀어 넣어 힘을 주어 긁어내세요. 타일이나 욕조가 긁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때 반드시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해 곰팡이 포자가 호흡기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2단계: 곰팡이 포자 박멸 (살균)
실리콘을 걷어낸 자리는 아직 포자가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문 곰팡이 제거제를 흠뻑 뿌려주세요. 락스가 아닙니다. 포자를 확실히 죽일 수 있는 전문 약품이어야 합니다. 10~15분 정도 기다렸다가 마른 걸레로 깨끗하게 닦아내고 완벽하게 건조시킵니다.
4. 3~4단계: 완벽 마감과 바이오 실리콘 시공
곰팡이를 모두 도려냈다면, 이제 새살이 돋게 할 차례입니다. 이 단계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10년이 편해질 수 있습니다.
3단계: 완벽한 재시공을 위한 마스킹
초보자와 전문가의 차이는 '마감'에서 드러납니다. 마스킹 테이프는 초보자도 전문가처럼 마감할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아군입니다. 실리콘을 쏠 라인의 위아래로 나란히, 간격을 맞춰 붙여주세요. 여기서 전문가의 팁은 실리콘이 쏴질 두께(약 5mm)를 고려해 테이프를 붙이는 것입니다. 너무 넓거나 좁지 않게,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4단계: 곰팡이 방지 '바이오 실리콘' 도포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일반 실리콘이 아닌, 항균 성분이 포함된 '바이오 실리콘'을 사용해야 합니다. 실리콘 건에 장착한 뒤, 마스킹 테이프 사이를 균일한 속도와 힘으로 쭉 쏴주세요. 그리고 헤라(실리콘 주걱)로 45도 각도를 유지하며 쓱 밀어주면 표면이 매끄럽게 정리됩니다.

5. '예방'이 최고의 인테리어: 3가지 습관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당신의 욕실은 새로 태어났을 겁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예방'이야말로 최고의 인테리어라는 말을 잊지 마세요. 곰팡이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실내 습도를 3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세 가지 습관을 꼭 실천하세요.
- 환기: 샤워 후에는 반드시 환풍기를 30분 이상 작동시키거나 창문을 열어 습기를 완전히 내보내야 합니다.
- 스퀴지 사용: 샤워 후 벽 타일과 유리 샤워부스에 남은 물기를 스퀴지(물기 제거기)로 꼼꼼히 제거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 즉시 건조: 스퀴지 사용 후에도 구석에 남은 물기는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 물기가 남아있을 틈을 주지 마세요.
6. 초보자를 위한 전문가의 최종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당신의 성공적인 '곰팡이 박멸 프로젝트'를 위해 최종 체크리스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시작하기 전에 꼭 한번 읽어보세요.
✅ 총 예산: 약 3만 원
✅ 총 소요 시간: 2~3시간 (건조 시간 제외)
✅ 핵심 마인드: 곰팡이는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째 도려내는 '수술'이다.
✅ 추가 팁: 작업 전 유튜브에서 '실리콘 쏘는 법' 영상을 한두 번 보고 시작하면 자신감이 붙습니다. B&Q 같은 채널의 가이드가 유용합니다.
Q&A
마치며
지금까지 락스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었던 욕실 실리콘 곰팡이를 뿌리 뽑는 전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3만 원의 비용과 2~3시간의 투자는 결코 아깝지 않은, 오히려 매우 현명한 선택입니다.
곰팡이는 단순히 보기 싫은 얼룩이 아닙니다.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입니다. 제가 항상 "예쁜 인테리어보다 건강한 인테리어가 우선이다"라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효과 없는 방법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오늘 알려드린 방법으로 직접 곰팡이를 도려내고 건강한 욕실 환경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욕실에서 곰팡이를 추방하는 것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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